치악산

치악산으로 들어서자 주말이라 그런지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예약을 하고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마지막 예약지다. 다음 야영지부터는 선착순이다.
치악산은 도로 바로 옆에 야영장이 있고 차들도 야영장과 주차장의 구분이 별로 없어 야영장에 주차를 하고 등산하는 사람들도 많아 정말 어수선했다.
대강 사이트를 정리하고 텐트를 치니 옆 사이트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해 어느덧 한산해져 어둑어둑해졌다.

치악산의 아침은 거센 바람과 흩날린 낙엽으로 시작했다.
아침을 간단히 유자차와 떡으로 대신한 후 배낭을 메고 치악산 정상으로 길을 나섰다.
치악산 국립공원을 들어서자 구룡사를 지나가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야됐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없어진 줄 알았는데 입장료를 받다니 좀 넘했다. 뭐 산 관리를 위해 낸다고 하더라도 구룡사 스님인지 외제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입장료 낸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악산 등산지도를 들고 세렴폭포를 찾아갔지만 폭포라기 보다 그냥 바위 위 물줄기에 가까웠다. 가볍게 세렴폭포까지 갈려고 했는데 폭포에 넘 실망하여 비로봉까지 가기로 했다.
비로봉까지 가는 길은 두가지 갈림길이 있는데 하나는 능선길인 사다리병창길의 가파른 길이고 다른 길은 계곡길로 덜 가파르다고 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되는데 갈때는 사다리병창길 내려올때는 계곡길을 택하기로 했다.
사다리병창길은 진짜 바람도 불고 등산로에 계단도 많고 위험한 곳도 많아 정말 힘들었다.
앞에 가던 아주머니들도 더 가야할지 말지를 고민하시고 정말 길 잘못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 였다.
3시간만에 도착한 비로봉에는 3개의 돌탑이 있는데 한분이 쌓았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오는 길이 이렇게 힘든데 탑까지 쌓을 정도라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내려오는 길은 계곡길을 택했는데 바람은 별로 불지 않았지만 길이 울퉁불퉁해서 내려오는 길은 최악이었다. 길을 잘못선택한 것이다 오를땐 계곡길, 내려올때는 사다리병창길이 오히려 편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비로봉까지 약 16km, 아침 9시부터 3시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치악산 등반을 하면서 얻은 결론은 정상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그러면 편해질 것이다 라는 것.
땀에 푹 젖어 파김치가 되어 내려왔다. 다행이 시설이 정말 좋아 천원이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었는데 사람이 없어서 피로를 풀정도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밤이 되면서 점점 추워져 바깥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하지만 텐트 속 오리털 침낭은 정말 따뜻했다. 역시 거금을 투자한 가치가 있었다. 침낭이 모든 캠핑장비를 합친것 보다 비싸다. ㅋㅋ

아침에 일어나니 텐트는 습기에 차있고 타프는 얼어있었다.
얼음을 툭툭 털고 널어놓으니 서서히 햇빛이 비치면서 말라가기 시작했다.